서른아홉의 어느 날, 숨이 가쁘더라고요
딱히 어느 순간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새부터인가 계단 한 층만 올라가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더라고요.
사실 고도 비만이라는 말 자체가 남의 얘기 같았어요. 그냥 “살이 좀 많다”, “체격이 큰 편이다” 정도로 생각했지, 병원에서 ‘비만 3단계’라는 진단을 받을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체중은 110kg에 가까웠고, 키는 168cm. 그렇게 수치로 듣고 나서야 심각성을 체감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 순식간입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눈앞이 아찔했어요.
그냥 보기 싫은 뱃살이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라면 진짜 건강을 잃겠구나 싶어서 그날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어요.
처음부터 너무 막막했어요
고도 비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그냥 먹는 걸 줄이면 되잖아”, “운동 좀 하지 그랬어?”라고 쉽게 말하더라고요.
근데 고도 비만의 현실은 진짜 달라요. 무릎이 아파서 운동이 어렵고, 이미 식욕도 조절이 안 되고, 의지도 쉽게 무너져요. 하루만 굶어도 머리가 띵하고, 약간 우울한 기분까지 들었어요.
인터넷에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었지만, 고도 비만에게 맞는 현실적인 방법은 거의 없더라고요. 처음엔 유튜브 영상 보고 따라하려다가 체력 딸려서 5분도 못 버텼고요. 굶는 다이어트도 해봤는데, 폭식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어요.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식단부터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도 벅차니까 우선 식단부터 손대기로 했어요. 제가 제일 처음 한 건 아주 단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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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는 꼭 먹되, 양을 반으로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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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긴 음식은 일단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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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하루 2리터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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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줄이고 집밥 위주로 바꾸기
이 네 가지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배고파서 잠도 안 오고, 냉장고 열었다 닫았다 수십 번 했어요. 근데 이게 일주일, 열흘 지나니까 조금 버틸 만하더라고요.
한 달쯤 되니 입맛도 조금 변했어요. 자극적인 맛보다 담백한 음식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식단 조절이 익숙해지니 ‘가벼운 운동’도 시도했어요
무작정 헬스장부터 끊었다가 몇 번 안 가고 포기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집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진짜 말도 안 되게 가벼운 동작들만 했어요. 제자리 걷기 10분, 스트레칭 15분. 이걸 매일 아침과 저녁에 나눠서 했고요.
3주쯤 지나고 나니까, 무릎 통증이 살짝 줄어든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의욕이 생겼고, 조금씩 운동 시간을 늘려갔어요.
한 달 반이 지났을 무렵엔 아예 아파트 주변을 30분 정도 걷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헉헉대며 걷다가, 어느 순간 바람 맞으며 걷는 그 시간이 제일 편안하고 소중한 시간이 되더라고요.
두 달 동안 줄어든 체중보다 더 소중했던 변화
사실 체중은 두 달간 8kg밖에 안 빠졌어요. 숫자만 보면 크게 빠진 건 아닌데, 느낌은 완전히 달랐어요.
무릎 통증이 덜했고, 바지 단추가 잘 잠겼고, 아침에 눈뜨는 게 훨씬 가벼웠어요.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나는 원래 이렇다’, ‘어차피 안 된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달까요.
체중계보다 거울 앞에서 웃을 수 있는 내가 제일 달라진 점이었어요.
슬럼프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한참 잘하다가 3개월 차쯤, 갑자기 체중이 더 안 빠지는 시기가 왔어요. ‘정체기’라는 그 시기요.
그때 진짜 힘들었어요. 나름 열심히 식단도 지키고 운동도 했는데, 왜 숫자가 안 내려가지? 괜히 기운 빠지고, 예전처럼 폭식하고 싶은 유혹도 세게 왔어요.
근데 그 시기에 딱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숫자보다 너 몸이 가벼워졌다는 게 진짜 아니냐?”
그 말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숫자보다 건강과 생활이 바뀐 걸 보자고요.
그래서 식단은 조금 바꿨어요. 현미밥을 고구마로 바꾸고, 닭가슴살 대신 두부나 계란 위주로 구성했어요. 운동도 유산소 말고 근력 운동을 살짝씩 추가해봤고요.
한 달쯤 지나니 다시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아, 그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지금은 어떤 생활을 하냐면요
이제 다이어트 시작한 지 8개월 정도 됐어요. 체중은 총 23kg 정도 빠졌고요. 현재는 87kg 정도 유지 중이에요.
중요한 건 더 빠지느냐가 아니라, 이 상태를 지키는 것도 정말 큰 일이더라고요.
지금도 여전히 식단은 신경 쓰고 있어요. 삼시세끼 다 챙기되, 양과 구성에 신경 쓰고, 외식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조절하고 있어요.
운동은 아침 30분 걷기, 저녁엔 스트레칭과 유튜브 홈트 20분 정도.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던 생활이에요.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점
고도 비만 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는 과정이었어요.
처음엔 무조건 살부터 빼고 싶었는데, 지금은 건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요.
살을 빼고 나서 자신감도 생기고, 무기력함이 많이 사라졌어요. 덤으로 옷 입는 재미도 생기고요.
예전엔 ‘나 같은 사람은 안 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천천히라도 꾸준히 하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요.
고도 비만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드리는 팁
너무 큰 목표를 세우지 마세요. 첫 번째 목표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 이거 하나면 충분해요.
하루 한 끼만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하루 10분 걷기만으로도 분명 변화가 생깁니다.
한 줄 요약
고도 비만 다이어트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에요. 천천히, 멈추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